비교적 깨끗한 단지 사이에 낀 낡은 저층이라 옆집 컴퓨터 켜지는 소리, 앞집 핸드폰 벨 소리, 새벽에 옆집 노인네들이 일어나 뭔가 이야기하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음악 틀어놓을 생각은 포기. 대신 바깥에서 화물차의 진동이 아닌 새소리가 들린다. 굉장히 신기한 것은 이렇게 방음이 안 되는 공간인데 보름 넘게 살면서 시끄럽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는 것.
내가 사는 지우팅은 상하이의 일부이면서 변두리 읍내 분위기가 난다. 한편 정겹기도 하고 한편으론 혼란스럽고 불편한 점이 없지 않다. 필름으로도 가끔 사진을 찍는데, 연습삼아 하는 거라서 비싼 필름은 못 쓰고 유통기한이 지난 거나 싸구려로 유통되는 것을 쓰고 있다. (지난 번에 산 코닥 프로이미지는 "아프리카에서만 판매해야 한다"는 문구가 박혀 있었으며, 1000원 이하. ^^) 그래서인지 실력이 안 좋아서인지 화질이 별루다.
내 실력이 별루인 것과 별도로 지우팅 사진관의 서비스도 별로였다. 현상 후 스캔해 달라고 했는데, 맡길 때는 별말 없더니 스캔은 자기들이 못한다며 현상한 필름만 줬다. 집에 가져와 보니, 한 통은 다른 사람 것과 바꿔치기되어 있고, 또 한통은 구겨지고 찢어져 있다. 다시 가서 따졌더니 구겨져도 인화는 잘 된다며 스캔을 떠 줬다. (원래 자체현상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맡겼던 모양인데,. 그렇담 처음부터 그쪽 업체에 "스캔"을 해달라고 말했으면 되잖아?) 암튼. 문제 없기는 개뿔.
(좌: 지금 사는 단지의 농구장. 우: 옛날 살던 단지의 집앞 벤치)
예전 살던 학교 근처 아파트 단지. 신년에 후배가 떡국 해준다고 해서 오랫만에 "옛집"을 찾았다. 제일 뒷쪽 건물에 후배'들'이 살고, 그 앞 동에 내가 살았었다.
또다시. 요금고지서도 보내주지 않고 전화요금을 내지 않는다고 독촉전화가 왔다. 전화는 상관없지만 어그적거리다간 또 인터넷이 끊어질 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후에 전신국에 요금을 내러 갔다. 서두른다고 했지만 뭉기적거리다가 전신국 문이 닫혀 요금은 내지 못했다. 오후 4시30분에 문을 닫다니.
나온 김에 자전거로 시내 외곽으로 나가 본다. 지우팅(九亭)은 시내라고 해봐야 읍내 수준이기 때문에 번화가에서 살짝만 나가도 별장촌, 공장지대, 옛 강남의 집들, 뒷골목, 시골의 풍경 등등을 모두 볼 수 있다. 진작에 곳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좀 찍어두고 싶었는데, 한동안은 사진기를 챙기지 않고 자전거로 운동삼아 이곳저곳 다녀보기만 했다.
큰길 너머에는 제법 큰 운하가 있는데, 장식용 비슷하게 된 다른 운하와는 다르게 여전히 배들이 제법 다닌다. 마침 퇴근시간이라 여기도 교통정리가 필요할 정도였다. 자동차 운행이 금지된 낡은 콘크리트 다리 위에서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예전에 상하이에 대해 쓰면서, 운하를 메우고 그 위에 생겨난 잘 구획된 도로를 이 도시의 근대적 변환의 한 상징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강남 지역의 옛 지도를 보면 육상도로 표시는 거의 없고 구불구불 운하만 커다랗게 그려 놓았다.(실제로 도로가 없었던 게 아니다. 지도는 이용자들의 필요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만 표시할 뿐.) 성곽 안으로도 운하가 사방팔방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상으로 나 있는 성문 옆에는 선박운행을 통제하는 갑문이 따로 있었다. 구불구불 당나귀의 길은 사라졌고, 곧게 뻗은 인간(=기계)의 길로의 구획은 성공하여 우리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최단거리를 질주해야 한다. (그것을 아주 잘했다고 어스대던 어떤 인간이 운하를 다시 인간의 길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상하이, 7년의 여행" 지난 7년을 갈무리하며 새로운 발걸음을 딛기 위한fshanghai의 첫 전시회
상하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동호회 fshanghai는 지난 7년간 숨가쁘게 변화하고 있는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담아 왔습니다.
와이탄의 상하이는 역사의 무게를 짊어지고 웅장하게 서 있고, 푸동의 현대화된 상하이는 이 도시의 미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역사적 유물과 현실적 필요 사이에는 변화의 속도를 거부하거나, 상하이의 미래적 이미지를 위해 지워져야 할
공간도 곳곳에 상존합니다. 언제고 사라질 지도 모를 룽탕(弄堂)의 뒷골목들, 이미 철거된 건물과 거리 사이에서 여일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우리가 경유하는 단 한번의 찰나의 경험에서 겹쳐진 시간의 흔적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며 구경거리를 찾는 여행객일까요? 아니면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일상을 살아가는 이 도시의 거주민일까요?
여행객은 아니면서 완전히 내부인도 될 수 없는 우리의 자리, 그 경계가 주는 긴장을 의식하면서 우리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의 풍경을 새롭고 낯설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fshanghai만의 색깔은 이것이다 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애정만은 분명하게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도 우리는 상하이를 향해 f값을 맞추고 있습니다.
상하이에서 활동 중인 사진 동호회 fshanghai에서 첫 번째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기간은 1월 16일에서 29일까지. 장소는 상해 한국문화원.
1년 넘게 유령회원으로 사이트를 기웃거리다가, 작년 한해는 얼굴을 내밀고 직접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면서 참 많이 배우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으며 혼자서는 쉽게 갈 생각을 못하는 상해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고마움을 생각한다면 전시회 준비에 힘을 더 많이 보탰어야 했는데, 내가 해야 하는 일에도 허덕거리는 상황인지라 시간이 허락하지 않더군요. 쉽게 약속하고 지키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간다는 자책감이.. 물론 나뿐 아니라 회원 대부분이 각자 바쁜 사람들인지라, 애초의 계획대로 움직이기 쉽지 않은 면이 있었죠.
지난 7년간 축적된 좋은 사진을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회원이 찍었거나 원판이 남아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또 사진전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하반기에 바이러스 때문에 사이트가 잠시 먹통이 되었다는 점도 준비에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시회 준비를 하며 신참회원들의 사진이 대폭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점은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전시회가 결과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이죠.
상하이에 머무시는 분들, 1월 중순에 상하이에 들릴 예정이신 분들께서는 전시회 구경 오세요~ 그게 아니더라도 fshanghai 사이트에 들러서 좋은 사진 많이 구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