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연 개인전 '사탕'

구성연 개인전 '사탕' FIN-DE-SIECLE SHANGHAI/明室 2009/07/26 13:12
우연한 기회에 구성연의 전시회 "사탕"을 다녀왔다. 슬쩍 둘러보면 5분만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규모는 작지만, 계속 생각나고 궁금해지는 그런 전시였다. 전시에 관한 많지 않은 글은 "시뮬라크르"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았고 그런 개념으로 볼 만한 요소가 다분했다. 어차피 전문 비평가도 아니므로 재현의 재현의 재현에 관한 글을 쓸 필요는 없겠고 내 느낌만 간략히 정리해 두려고 한다.


네오룩닷컴 링크: 아래는 네오룩닷컴의 전시관련 소식 중 일부입니다.

사탕

구성연展 / KOOSEOUNGYEON / 具成娟 / photography
2009_0618 ▶ 2009_0728 / 월요일 휴관


구성연_사탕시리즈_라이트젯 C타입 프린트_120×150cm_200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미지 속닥속닥 Vol.070903c | 구성연展으로 갑니다.
구성연(Koo Seoung-Yeon)
트렁크 갤러리(trunk gallery)
2009-06-18 PM 5시
Open 10시 30분 ~ Close 18시 30분(월요일 휴관)
www.trunkgallery.com
서울 종로구 소격동 128-3
02-3210-1233
없음

* 본 전시정보 저작물의 저작권은 저작자 또는 저작권위탁관리업체에 있습니다.


일단 나는 산딸기 같다고 했고 우리 꼬맹이는 꽃 같다고 했고 소개는 '모란꽃'이라고 되어 있다. 화려함, 부귀, 품위 같은 상징은 잘 표현되고 있지만 한눈에 모란꽃이 떠올려지진 않는다. 화려함과 부귀 같은 느낌은 굳이 모란이어서가 아니라, 소재의 전체적인 구성과 색감 같은 것에서 풍기는 이미지인 듯하다.

구성연_사탕시리즈_라이트젯 C타입 프린트_120×60cm×2_2009

사탕이 모란꽃을 구성하는 소재에 그치지 않고 사탕의 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전작인 모래, 팝콘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모래나 사탕, 팝콘.. 모두 금방이라도 날아가거나 녹아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소재들이다. 모래로 만든 꽃의 화려함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하고, 모래가 모여 형체를 드러내는 문어, 거북이, 시계는 그것이 상징하는 "장수長壽" 따위의 시간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벼운 바람에도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것을 고정시켜 주는 것은 오직 하나, 사진 뿐이다.

구성연_모래-붉은 장미_컬러인화_120×150cm_2004

구성연_모래-거북_컬러인화_120×150cm_2004

팝콘에서는 소재가 정반대의 역할을 했다. 금방 녹아없어질 눈(雪)을 팝콘은 나무가지에 단단히 고정시켜준다. 굳이 사진으로 남기지 않더라도 눈송이처럼 팝콘이 맺힌 나뭇가지는 시간과 온도에 상관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이 아닌 소재가 시간의 지속성을 가져다 준 것이다.

구성연_팝콘_컬러인화_40×80cm_2007
(사실 나는 눈이 아니라 벚꽃을 연상했다. 팝콘도 부서지기 쉬운 소재이나 눈이나 벚꽃보다는 유효기간이 긴 물건이다. 작가의 작업실 한쪽에 여전히 팝콘 나무가 서 있을 테니 말이다..)

시간적인 순서로 따지면 사탕은 다시 모래로 회귀한 셈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작품"은 여름의 온도와 습기에 무기력하다. 화려함과 부귀가 그러하듯이 금방이라도 녹아내려 버린다.

화려함과 부귀만 그러한가. 우리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 가치 그 자체가 그러할 것이다.

구성연_사탕시리즈_라이트젯 C타입 프린트_120×60cm_2009

구성연_사탕시리즈_라이트젯 C타입 프린트_120×90cm×4_2009


그런데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 현재가 과거가 되면 사라져갈 것들인데, 왜 그녀는 애써 공들여 곧 다른 형태로 변형되어 버릴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걸까? 작가의 의도대로 사진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내가 보기엔) 훨씬 더 많은 공을 조형물 만들기에 들이는 "사진"작가 구성연. 좀 이상하지 않나?

여러 군데에서 인용되는 다음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건가? 아니 얼마나 적절하게 이 사진들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는가?

 미학자 강수미의 글을 인용해 본다. “구성연은 ‘자신의 이미지가 시뮬라크르임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사진의 자명성, 즉, 실재를 재현한다고 하는 사실을 뒤집어, 사진이 재현하는 실재란 ‘보고 보이고자 하는 욕망’이 기술적으로 조성된 이미지임을 인정한다. -그녀의 사진 효과는 과잉된 ‘예술적 그 제스처’에 의해 전통의 상징적 기표를 차용 모방하여 자신이 표출하려는 다른 개념들을 표출시켜 낸다....."

글쎄, 제대로 분석을 하려면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겠지만, 이런 식의 평가는 사후적일 뿐이지 작업의 출발점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사진의 자명성을 깨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가 시뮬라크르임을 숨기지 않고 인정하면 되는 건가? 사실은 사진이란 게 실재를 재현하는 게 아니야~ 라는 걸 알리려고? 미학자라는 사람의 문장이 조금 이상하다. (게다가 '전통의 상징적 기표를 차용 모방'한다는 설명은 알겠는데 그것을 통해 다른 어떤 개념을 작가가 표출하는지 나는 잘 읽을 수가 없다..)

아주 단순한 질문, 왜 곧 부서질 것을 만들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는가에 대한 대답은 뭘까?

좀 노골적으로 말해,
이것은 새로운 예술적 시도인가?
현실에는 없는 이쁘장한 소품을 떠올리려는 건가?
현실에서 사진의 소재를 발견하기 귀찮아하는 게으름의 소산인가?
다른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가와의 차별화를 위한 예술가의 전략인가?
이것은 사진인가, 미술인가? (쓸데 없는 질문!!)

고약한 질문들이지만 새로운 예술적 시도이든, 장식적인 취향의 표출이건, 차별화 전략이든 작가가 일일이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작품을 통해 내가 발견해 내고 판단해야 할 성질의 질문들인 것이다. 다만 이 이미지들은 어떤 거야~ 라고 판단할 정도로 내가 예술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각각의 이미지들은 굉장히 화려하며 조형적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예술의 역사에 있어(적어도 한국에서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새로운 시도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가지게 된 일반적인 의문, 이것은 사진인가? 사진이 이래도 되는 걸까? 사진이 개입하는 순간은 어디인가? 등등에 대한 대답을 작품 자체가 주지는 않는다. (지금 당장 말로 정리되지 않는 여러 질문들을 던지게 해 줬다는 점에서 재미난 전시였음은 분명하다. 질문은 떠오른 순간에 적어두거나 물어봐서 해결하지 않으면 너무 빨리 잊혀진다..)

이 이미지들은 후보정이 아니라 선보정인 것이 아닐까? 포토샵이 아닌 작업실에서 만들어진..

구성연_사탕시리즈_라이트젯 C타입 프린트_90×60cm_2009


조형물의 제작과 사진 촬영 중 어느 과정이 더 중요한 걸까?
이 완결된 조형물의 다른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된다면 작가는 어떻게 반응할까?
묻지 못한 이런 질문에 대한 궁금함에 살짝 녹아내린 사탕 이미지를 공개해도 되는지 문의했다.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깔끔하게 완성된 조형물을 찍는 게 아니라 부족한 빛과 어지러운 배경에서 화분 아래로 녹아내린 사탕의 흔적이 있는 이미지. 게다가 그런 열악한 상황을 보완하려 조금 과하게 후보정된 사진.

전시된 사탕 이미지들은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을 가정한다. 그것이 제아무리 잠시 완성되었다가 곧 녹아내릴 이미지라 하더라도 현실의 찰나적 시간보다는 오래 지속됨이 분명하다. 작가에 의해 빛과 조형과 구성이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셔터가 눌러지고, 미리 머리 속으로 그려둔 개념에 가장 들어맞는 이미지들이 선택된다. 똑같은 조건이라도 작가가 아닌 내가 다른 카메라로 다른 각도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면 이미 그것은 다른 사진이 되어버릴 것이다.

산만한 배경을 뒤로 한 녹아내린 사탕 이미지, 그게 구성연의 사탕시리즈에 대한 가장 단순하면서 효과적인 비평 아닐까? 그 시간들을 지나오며 휘고 변형된, 그러나 여전히 사랑스러운, 그녀!?


찰나(刹那)라는 시간단위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진기 때문이다. 눈 깜짝할 순간 세상에 어떤 변화가 생겼더라도 우리는 지각으로 경험하지 못한다. 듣건대 1/75초라는 찰나보다 더 빠르게 시간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카메라다. 그것의 도움으로 우리는 항상 과거가 되어버리는 현재를 뒤늦게라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의 단면을 들여다보고 싶다. 너는 어떠냐고 묻는다면 말이다.

대체. 사진이란 무엇일까?
 

오마이뉴스 리뷰: 현대인들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반영하는 전시회
[곽윤섭의 현장] 사탕으로 만든 화려한 색감 : 2000년대 이후 변화무쌍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코엑스 3층(옛 장보고 홀)에서 전시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사와 ㈜마르델아르떼가 공동주최한 포토코리아 2009 ‘슈팅, 이미지’ 전이 열리고 있다. 7월31일 시작돼 8월27일까지 관객들을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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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若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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